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미국 고등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이 일고 있습니다. 이 결정은 향후 외국인 유학생 등록을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하버드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요 조치 내용: SEVP 인증 철회
트럼프 행정부의 국토안보부(DHS) 장관인 크리스티 노엄은 5월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철회하라고 지시했습니다. SEVP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비자(F, J 등)를 관리하는 핵심 제도로, 대학이 이 인증을 잃으면 유학생 자격증명서(I-20) 발급이 불가능해집니다. I-20 서류가 있어야 학생들은 F-1 비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으며, 현재 등록된 외국인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하거나 법적 체류 자격을 상실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엄 장관은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등록시키고 이들의 높은 등록금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것은 "권리가 아닌 특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행정부가 밝힌 조치 배경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의 이유로 여러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와 민족적 괴롭힘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
• "반미국적이고 친테러리스트 선동가"들이 캠퍼스 내 유대인 학생들을 괴롭히고 폭행하는 것을 허용하며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 학생이라는 주장.
• 하버드대가 위구르족 집단 학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준군사조직 구성원을 초청하고 교육하는 등 중국 공산당과 협력했다는 주장.
• 국토안보부가 지난 4월 하버드대에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 및 폭력 행위 이력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하버드대가 기한 내 불충분한 응답을 제공했다는 점.
이번 조치는 하버드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단행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를 포함한 주요 대학들이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발언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하며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해왔습니다. 이러한 요구에는 다양성·포용성·형평성(DEI) 프로그램 폐지, 입시·채용에서 인종 및 성별 고려 금지, 마스크 착용 금지, 외국인 학생 정치 성향 검증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하버드대는 이러한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용을 거부했고, 이후 정부는 수조 원 규모의 연방 지원금 중단 및 면세 지위 박탈 검토 등 보복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하버드대는 이미 연방 지원금 중단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하버드대에 미치는 영향
외국인 유학생 등록 차단 조치는 하버드대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기준 하버드대 전체 학생 약 2만 5천여 명 중 외국인 유학생은 6,800여 명으로 약 27%를 차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이 타 학생의 장학금 지급을 실질적으로 보조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 수입이 대학 재정의 보조금 역할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척 앰브로스 전 미주리중앙대 총장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학사 문제가 아닌 "재정 타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연방 정부의 연구비 축소로 예산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유학생 수입까지 제한되면 더 큰 재정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는 이미 비용 절감에 돌입했습니다.
유학생들이 겪는 불안감
이번 조치로 인해 하버드대에 입학을 앞둔 외국인 학생들과 기존 재학생들 모두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한국 유학생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기존 외국인 재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만 법적 체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한인학생회 회장은 소식을 접한 유학생들이 매우 당황해하고 있으며, 일부는 "지금 당장 비행기표를 구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러다가 미국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라며 불안감을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하버드대 유학생은 이번 조치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버드대의 반발 및 향후 전망
하버드대는 이번 조치가 "불법"이라며 즉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대학 측은 14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인 학생 및 학자들이 하버드대와 미국을 풍요롭게 만든다며 이들을 수용하는 능력 유지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러한 보복 조치가 하버드 공동체와 미국, 그리고 대학의 학술 및 연구 임무를 심각하게 해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버드대는 SEVP 인증 취소를 중단해달라는 두 번째 법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노엄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를 포함한 다른 대학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이번 조치는 모든 대학에 보내는 경고"라고 답하며, 이번 조치가 하버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하버드에 큰 타격을 주는 동시에 다른 대학들에게도 "너희도 다음 차례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엄 장관이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다음 학년도 이전에 SEVP 자격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72시간 이내에 요청한 외국인 학생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긴 만큼, 하버드대가 기존의 강경 노선에서 한발 물러서 타협안을 모색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